신용카드 업계에서 모바일카드의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나SK카드와 BC카드(KT계열) 등 통신사를 기반으로 하는 카드사가 일찌감치 유심형 모바일카드로 시장을 선점했지만 신한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가 개발한 앱협 모바일카드가 지난달 본격 출시되며 시장이 출렁이는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심형은 스마트폰의 유심칩(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한 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결제단말기에 가까이 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반면 앱형은 스마트폰에 카드사의 모바일카드 앱을 다운받아 플라스틱카드를 등록한 뒤 물품 구매 등 필요한 경우 앱을 구동해 바코드, NFC, QR코드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물론 아직 카드 보급매수에서는 유심 방식이 우세하다. 하나SK카드가 2010년 10월, BC카드가 지난해 8월 본격 보급에 나서면서 지난달말 기준으로 각각 90만장, 81만장 등 171만장을 발행했다.
여기에 앱카드와 유심카드를 모두 출시하는 신한(75만장), 국민카드(12만장)가 발급한 87만장을 합하면 258만장에 달한다.
앱카드는 아직 발급 숫자에서는 유심카드에 밀린다. 신한, KB국민, 현대, 삼성, 롯데, 농협카드 등 앱카드 진영이 지난달말 발급한 앱형 모바일카드는 90만장 가량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이 시장에 진출한 신한카드가 54만장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초 공동으로 진출한 회사들 가운데서는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15만장, 11만장을, 현대카드도 5만7,000장을 발급했다.
삼성카드와 농협카드의 경우 인프라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어서 발급 수는 이들보다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앱카드 진영이 90만장에 달하는 모바일카드를 발급하는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는 등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으로는 앱카드 발급 수는 100만장을 돌파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앱카드 진영은 바코드, NFC 등 다양한 결제 방식과 별도 신청 없이 일반 플라스틱카드를 등록하면 모바일카드 사용이 가능한 간편성이 고객의 호응을 불러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면 연내에 유심카드와의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유심진영에서는 앱카드의 초반 선전을 6개 카드사가 출시를 겸한 특별 마케팅을 펼치면서 나온 반짝 효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시장 자체가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어느 진영이 우위를 점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소비자가 어디를 선택하는지를 면밀하게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측간 지나친 경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모바일카드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인 만큼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보다는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가맹점은 유심카드가 3만5,000개, 앱카드는 8,700여개로 300만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카드 가맹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업계의 부담이다.
그런 만큼 현 단계에서는 모바일카드 가맹점을 늘려 시장을 키우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양 진영 모두 큰 이견은 없다.
/디지털미디어부
[서울경제 발췌]